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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세계

클라우드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이 정도로 한국 시장에서 클라우드(IaaS가 아직은 대부분입니다만)가 2011년과 2012년 국내 통신사에서 기업용 클라우드 제품을 기획할 때만 해도 클라우드가 대중화 될 줄은 몰랐습니다. 수 많은 스타트업 그리고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전산 담당자 분들 그리고 클라우드 벤더의 영업사원들의 공이 크다고 하겠죠. 

아무리 멋진 옷을 사더라도 몸에 맞지 않으면 옷태가 나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클라우드를 쓰기 위해서는 맞춤형으로 작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I나 머신러닝 또는 컨테이너 클라우드, 서버리스 컴퓨팅 같은 개념을 도입하기 앞서 맞는 제품을 도입하는 것이 클라우드 도입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보통 클라우드 벤더들은 옮기기 쉬운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클라우드의 대명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 AWS가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 타겟한 기존 IT인프라는 바로 스토리지였습니다. 활용도는 떨어지지만, 무언가 비용 압박에 직면했을 때 가장 먼저 바꾸고 싶은 것을 타겟으로 말이죠. 

AWS는 S3(오브젝트 스토리지)로 보통 먼저 판매를 시작합니다. Glacier라는 저가의 제품이 있기는 하지만 기존 마그네틱 테이프 대용이고, 영업사원 입장에서 받은 매출 목표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S3를 팔고 나면 컴퓨팅으로 영토를 확장합니다. EC2라고 하는 아마존의 컴퓨팅 제품을 통해 기존 하드웨어 벤더들이 팔던 서버를 AWS로 넘기는 것이죠. 이 전략은 마이크로소프트 Azure나 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사실 게임이나 커머스 업종처럼 방문자 숫자 내지는 가입자 숫자의 접속이 유동적인 환경에서는 클라우드만큼 좋은 제품이 없습니다. 최대 방문자를 기준으로 기존 IT자원을 구매하자니 너무 비용이 많이 들죠. 그래서 이런 업종들이 클라우드로 많이 가는 것입니다. 

 

There is no free lunch in this world.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한 번 제품을 팔아놓고 꼬박꼬박 유지보수비를 받아가는 기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벤더와 다르게 클라우드 회사는 매달 서비스 이용료를 받습니다. 무언가 묶어둘 요소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아웃바운드 네트워크 비용. 즉 AWS나 MS Azure, GCP에서 밖으로 나가는 트래픽에 대한 과금체계입니다. 

가령 AWS 클라우드와 자사의 데이터센터를 연결해놓았다고 가정합시다. 원래 데이터센터에 입주해 있었으면 회선 요금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론 속도 때문에 통신사의 전용선 요금이 발생하긴 합니다만… 공중망을 통해서 비용을 처리하면 거의 공짜입니다. 만약 AWS 클라우드에서 데이터가 빠져나오면요? 그 때부터 비용이 발생합니다. 

각 벤더별로 1TB/5TB/10TB 하는 식의 요금 체계를 만들어 놓고,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Azure Connect 정액제로 많은 돈을 지불하면 무제한이긴 합니다만… 결국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비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냥 봤을 때는 쌉니다. GB당 0.09달러니까요. 그런데 네트워크가 LTE에서 5G로 진화될 수도록 데이터 이용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클라우드 가입자들은 점점 더 클라우드 이용량을 늘리게 되죠. 그말인즉 클라우드에 대한 락인(Lock-in)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각 회사별로 릭인을 시키는 전략은 다릅니다. 

AWS는 고도의 안정성이 요구되는 Oracle 데이터베이스를 반드시 써야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MS SQL을 쓰고 있는 환경을 타겟합니다. 오픈소스인 MySQL 커뮤니티 버전으로 마이그레이션 할 것을 제안하죠. 실제로 한국 연례행사나 세미나에서 한동안 이 주제의 발표가 많았습니다. 

끝이라고요? 아닙니다. MySQL은 오픈소스고 지원이 안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리고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죠. 머신러닝이나 신기술 적용을 위해서는 비관계형 데이터베이스(NoSQL) 등에 대한 수요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Dynamo DB를 제안합니다. 또 데이터레이크로 갈 것을 컨설팅하면서 Redshift를 제안하죠. 이렇게 되면 AWS의 충성고객으로 바뀌게 됩니다. 

 

과연 AWS만의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다른 벤더들도 전략은 동일합니다. 

AWS는 기존 IT벤더들과 다르게 클라우드만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자사의 클라우드 제품을 확장할 수 있는 전략을 활용한 것입니다. MS나 오라클 등 기존 IT벤더들은 자사 제품을 판매할 때 끼워파는 식으로 판매를 했었죠. 

MS의 오피스나 윈도우는 필수재입니다. EA계약을 체결하면서 Azure를 끼워팔았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영업사원들의 커미션을 판매 실적이 아닌 Azure의 실제 고객 사용 실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MS의 경우 새로운 CEO 부임 이후 기업 문화 변화 및 클라우드를 팔 수 있는 조직으로 변화한 측면도 많습니다만… 초반에는 MS도 자사의 강점을 레버리지 하는 방향으로 클라우드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GCP도 마찬가지입니다. G-Suite과 Google의 광고 제품을 함께 레버리지 하여 구글의 솔루션이 종합적으로 필요한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Google 내부의 주요 제품에서 GCP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선 AWS나 MS Azure에 비해서 아웃바운드 트래픽 무료 구간이 넓다는 것이 장점일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오라클도 IaaS를 중심으로 진출한 다른 벤더와 다르게 세계 1위 데이터베이스 회사라는 장점을 활용했습니다. 오라클은 IaaS 제품군인 Oracle Cloud Infrastructure가 아닌 Autonomous Database라는 PaaS 제품군을 중심으로 시장을 드라이브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Autonomous Database는 인터넷에 연결된 오라클 엑사데이터 제품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아울러 시장을 혼탁하게는 하나, 선점이 중요하기에 무료 크레딧이 많습니다. 

고객이 얼마 정도의 제품을 쓰겠다고 Commit할 경우 제공되는 무료 크레딧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AWS의 주요 고객 중 한 분은 MS에서 10억원 가량의 1년치 선 계약을 할 경우 1.5~2억원을 무료 크레딧으로 받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후발 주자인 GCP의 경우 더 공격적으로 무료 크레딧을 주고 있습니다. 

 

자 그럼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입장에서는 무엇을 염두해야 할까요? 

기존 사업 모델을 이기는 IT는 없습니다. 최근 기업들의 화두인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때문에 클라우드로 간다는 회사들은 많습니다. LG그룹 같은 경우 그룹 차원의 TFT도 생겼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회사 내 환경과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현황을 알고, 이것을 통해서 무슨 작업을 수행할지, 그 기대 효과가 무엇인지를 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규제나 업무 특성상 클라우드로 가면 안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리스트업 해서 클라우드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아니면 돈은 돈대로 쓰고, 실패해서 다시 도루묵이 되는 그런 IT가 될 것 같네요. 

 

이상은 pickool Philip 이었습니다.